초청작

Invitational









시놉시스

무명 MC 경만(하준)은 각종 행사 일을 하며 동생 경미(소주연)와 함께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를 간호 중이다. 하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경만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비용조차 없는 빡빡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동생 몰래 장례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으로 생신 축하연 행사를 간 경만은 남편을 잃은 후 웃음도 잃은 팔순의 어머니를 웃게 해달라는 일식(정인기)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재롱을 피운다.


연출의도

'잔칫날'은 우연히 음악을 듣다가 떠오른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돈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더 중요한 건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주고받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떠나보낸 사람과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수상 및 상영내역

2021년 8회 들꽃영화상-프로듀서상
2020년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작품상, 배우상, 관객상, 장편 배급지원상 등 수상


BHIFF NOTE

우리 모두의 곤경과 안녕을 묻는 유쾌한 소동극 _ 김록경 감독의 <잔칫날>

일본을 넘어 세계 영화사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 오즈 야스지로는 그의 영화 인생 평생에 걸쳐 삶의 보편적 풍속을 영화의 소재로 자주 삼아 왔는데, 전무후무한 그의 영화 형식을 잠시 미뤄 놓고 보자면, 그의 영화는 결국 우리들이 살아가며 겪게 되는 혹은 불가피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는 희로애락의 통과 의례와 의식을 담아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영화사의 가장 위대한 감독은 삶의 가장 일반화된 의식과 제례, 그것들과 얽힌 감정을 자주 소재로 삼아 온 것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가장 중대한 보편적 삶의 한 장이기 때문이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꽁치의 맛>에서 특별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한 가지 있다. 아버지는 딸의 결혼식에 다녀와 쓸쓸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단골 술집의 바에 앉아 있다. 주인이 정장을 신중하게 차려입은 아버지의 외양을 보고, 장례식에라도 다녀온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버지는 비슷하다고 말해 버린다. 장례와 결혼(잔칫날)을 비슷한 것이라고 말하게 되는 그의 심정은 다름 아니라 한국의 풍속과 사람의 보편적 삶과 그와 관련된 의식과 제례를 소재로 삼되 그것들을 치를 때 생겨나는 복잡한 어떤 상황과 마음을 묘사해내고 있는 김록경 감독의 <잔칫날>과도 통하는 지점이다. 세계 영화사의 거장 감독의 영화에서도 한국의 유망한 신인 감독의 영화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은 피할 수 없고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잔칫날>의 주인공인 남매 경만(하준)과 경미(소주연)는 반신불구가 되어 입원 중인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한 눈에도 아버지는 꽤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져온 것 같다. 경만은 지방 등으로 다니며 잔치나 축제의 행사를 보는 MC로 일하고 있는데, 급하게 지방 행사 출장을 가기로 한 날 경미로부터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접한다. 장례식이라는 관행은 이 가난하고 불쌍한 남매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무색하게 하는 온갖 실무적인 일들과 함께 장례비용이라는 난제를 남긴다. 경만은 급하게 돈이 필요해지고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장례를 뒤로 하고 잔칫날의 사회를 보게 되는데, 갑자기 잔치의 주인공인 할머니가 쓰러져 사망하고 만다. 경만은 과연 돈을 받아 장례식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잔칫날>은 서두르지 않고 순차적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발생시키고 추가해 간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에 따라 장례 절차를 밟게 된 남매의 초라함과 당황스러움의 감정을 잘 표현해낸다. 남매는 장례에 필요한 사무적인 설명을 들어야 하고, 아버지가 떠안긴 빚을 갚아 달라는 사촌 형제를 만나야 하고, 조의금을 얼마나 하면 좋을지 상의하는 친구들의 모의를 들어야만 한다. 영화의 앞부분에서는, 장례를 맞은 남매의 슬픈 감정과 장례 의식의 사무적 진행이라는 격차가 주는 쓸쓸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후, 경만이 잔칫집에 도착하고 잔치의 주인공인 할머니가 쓰러지고 일련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잔칫날>은, 요컨대 ‘슬픈 광대의 하루’에 초점을 맞춰 나간다. 재미있고 소박한 대사와 외양을 보유한 인물들이 경만을 둘러싸고, 경만은 그들과 함께 티격태격하며 그가 맞은 곤경을 벗어나 보려 애쓴다. 경만과 경미 역을 맡은 하준과 소주연의 연기는 두 배역을 살아내기에 충분할 만큼 좋고, 다양한 조연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이야기의 흐름도 마찰음 없이 순조롭게 시종일관 전개된다.

<잔칫날>은 두 개의 장례식을 교차해가며 삶의 희로애락을 묻는다. 현진건의 오래된 단편소설처럼 ‘더럽게’ 운수 좋은 날의 다른 버전일 수도 있겠다. 혹은 장례와 잔치 사이 어딘가에서 아이러니한 사태를 맞게 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 모두의 곤경과 안녕을 묻는다. 물론 <잔칫날>은 소박한 인물들과 대사와 이야기와 때로는 더 나아가서 일종의 유쾌한 소동극의 자질까지도 겸비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맞을 수 있는 많은 사태들을 이 영화는 소박하게 전부 담아내려 한 것 같다.

_정한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