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작

Invitational









시놉시스

일곱 살까지 살았던 옛집과 돌아가신 어머님만 기억하는 호영. 단순히 노환으로 생각했던 아내 일순은 호영과 병원을 찾는데 치매 진단을 받게 된다. 자식들은 힘들 어머니를 위해 요양병원으로 모시자는 얘기를 꺼내지만 일순은 보낼 수 없다고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호영은 집을 나가게 되고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호영을 일곱 살까지 살았던 옛집에서 찾게 된다.


연출의도

단순히 ‘노망’으로 치부되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치매. 하지만 오늘날 치매 인구가 늘면서 그로 인한 가족의 해체는 물론, 가족의 고통도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030년엔 치매 인구가 전체 노인의 10%인 127만 명으로 예상된다는 발표도 있다. 정부는 ‘치매 부담 없는 행복한 나라’ 구현을 목표로 치매예방부터 돌봄, 치료, 가족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치매 남편을 시설에 위탁하지 않고 스스로 돌봄이 역할을 하고 있는 아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보여준다.


수상 및 상영내역

2019년 거창군 제작지원
2019년 영화진흥위원회 후반제작 지원작


BHIFF NOTE

거창 사람에 대한 공간적이며 사회적인 풍경을 담는 다큐멘터리-최정우 감독의 <기억>

다큐멘터리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함께하는 예술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촬영하고 있는 대상과 오랫동안 함께한다. 이들이 담아낸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은 주인공이 살아내는 삶을 알게 되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기억>은 경남 거창에 살았던 송호영 할아버지에 대한 영화적 기억이다.

이 영화는 경남 거창이라는 특별한 공간의 풍경을 담아낸다. 영화는 오랜 시간 특정한 공간을 담고 그것을 전 세계 관객들과 나눠왔다. 수많은 공간의 다양한 순간들은 영화라는 기록지에 담겨 후손들에게 문화유산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 값지다. 지역의 입장에서 지역의 풍경과 지역의 정서, 지역을 특별한 대상으로 영화에 담은 기록은 그리 흔한 경험이 아니다. 지역의 풍경을 담고 당대의 삶을 기록한 영화들이 없다는 것은 지역을 기억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기억>이라는 다큐멘터리는 거창 지역의 삶과 풍경을 영화라는 기록의 저장고에 담는다. 기록은 ‘기억’될 것이다. 공간에 관한 기록과 함께 <기억>은 치매라는 현상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최정우 감독의 노력이 돋보인다. 공간을 기록하고 사람을 기록하기 위해, 감독은 오랜 시간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했을 것이다. <기억>이라는 휴먼 다큐멘터리는 수옥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장 보통의 날들 속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기억을 잃은 할아버지에 대한 서정적이고 코믹한 일상들, 소소한 오해와 다툼은 있지만 할머니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마을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는 개인의 역사이자 지역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다. <기억>은 거대한 사회사에 함몰된 인간 개인과 소집단의 삶을 탐색하는 미시사적 기록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기억>은 또한 치매에 걸린 한 개인의 삶과 치매라는 독특한 병이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또 다른 그늘이 된 치매는 이제 부끄럽거나 감춰야 할 병이 아니다. <기억>은 치매에 관한 또 다른 시선이다. 천 개의 다큐는 천 개의 시선이 있다. 모든 다큐는 다른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본다. 영화는 치매 환자 돌봄이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건 ‘눈물’과 ‘의자’, 그리고 ‘거창의 풍광’이다. 여든을 넘긴 치매에 걸린 노인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시때때로 눈물을 흘린다.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진 할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며 눈물을 흘린다. 살면서 겪은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건 어릴 때 살던 집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할아버지는 연어 같은 회귀본능으로 어린 시절 살던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삶이란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한 인간의 삶의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5살 즈음의 기억 하나 눈물로 남는 이 허망함. <기억>은 보이지 않는 허망함을 보여주기 위해 두 의자를 가지고 온다. 눈물과 두 의자, 인생은 일인용 의자에 앉아 인연들과 스치듯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홀로 살아내다 눈물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다. 인생에 대한 깊은 울림을 간직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영화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그를 둘러싼 공동체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에 담으면서 거창이라고 하는 독특한 공간의 풍광을 이보커티브 컷(evocative cut)으로 환기시켜주는데 <기억>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맞게 느리고 더 길게 가져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대 지역의 풍경과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영화의 원초적인 본능이었다. 어디를 담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의 문제는 삶의 태도와 관심에 관한 문제이다. 이 건강한 지역 영화 <기억>은 거창 사람에 대한 공간적이며 사회적인 풍경을 담는 다큐멘터리이자 경남 거창의 기록으로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다.

_서성희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