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작

Invitational









시놉시스

사진 동아리 '빛나리' 부원인 시연, 연우, 소정, 송희는 '세상의 끝'을 찍어 오라는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지하철 1호선 신창역으로 향한다. 웃음이 끊이지 않던 친구들은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는 여정에 점점 지쳐가고, 낯선 곳에서 14살 첫 여름방학을 마주하게 된다.


연출의도

평소와는 다른,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지나가는 아이들의 생생한 행동과 말에 귀를 기울이고자 했다. 그 모습을 관찰함으로써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리기를 기대했다.


수상 및 상영내역

2021년 9회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키즈 포커스 감독상 수상
2021년 9회 무주산골영화제 -나봄상 수상
2021년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섹션 초청작


BHIFF NOTE

세상의 끝을 찾아 떠나는 여행 – 권민표, 서한솔 감독의 <종착역>

세상의 끝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소녀들의 로드무비다. 80분 러닝타임이 어쩌면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특별한 상황이나 사건 하에서 캐릭터의 고난과 고뇌, 각성 이후 성장, 이런 식의 드라마 전개가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진정성, 즉 진실의 언어로 가득한 작품이어서다. 이제 막 아이에서 벗어난 중학교 1학년 네 명의 소녀는 세상에 호들갑스럽게 반응하거나 혹은 모든 것에 심드렁하게 반응하지 않는 딱 중간 정도의 아이들이다. 한 아이가 낯선 학교로 전학을 오고 특별난 계기 없이 삼총사 사이에 끼어들어도, 이질적이어서 겉돌거나 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가졌고 별난 취미가 없기에 네 명의 소녀들은 사진반 동아리에 가입한다. 사진반이라고 해봐야 사진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이 별로 없어서 흑백 고전영화를 틀어놓고 알아서들 구도와 빛을 알아보라는 식이다.

어느 날 소녀들을 움직이게 하는 일이 생긴다. 담당 교사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필름 카메라를 주며 ‘세상의 끝’에 대한 사진을 찍어오라는 과제를 준다. ‘세상의 끝’과 ‘필름’, 이 두 가지는 소녀들이 살아온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다. 학원과 공부, 경쟁에 지친 아이들에게 낯선 곳으로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떠나는 짧은 여행에는 설렘과 불안이 교차한다.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막연한 이들은 지하철 천안안산선 제일 마지막 역인 신창역을 막연히 지목하지만, 신창역에도 철길은 이어져 끝이 아닌 것 같다. 다시 (구)신창역을 찾아가고,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아 버스를 타고 변두리로 가보아도 길은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시골 동네에서 빈집의 도움을 받고, 할머니의 길 안내를 받으며, 시골 강아지와 인사도 나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낯선 이들과의 조우이며, 낯선 세계로의 진입이다. 그 낯선 곳에서 소녀들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우리가 할머니가 될까?’ 라는 주제로 수다를 나누는 십대 소녀들의 모습은, 여행이란 시간의 일시 멈춤이라는 시간성에 대한 성찰이자, 영화는 시간의 예술임을 알리는 상징 같이 보인다.

연기 훈련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모아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연기를 펼쳐 보이도록 두 감독은 보이지 않는 고안된 연출력을 발휘한다. 여느 중학생처럼 중얼거리며 의미 없는 말들을 주고받지만, 이는 현실 그대로의 중학생 모습이기에 진정성이 살아난다. 고안되고 계산적인 쇼트들의 배열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쇼트가 이어지고, 자유로운 행동이 전개되며, 화려하지 않은 일상의 말들이 오간다. 인위적인 미장센 배치나 조명이 없이, 또한 음악의 도움이 없이도 소녀의 행동과 말을 보고 듣는 일은 지루하지 않다. 이들의 모습은 내가 딱 저 나이였을 때 했던 행동과 말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옛것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디지털에 지친 우리에게 휴식을 주고, 별것 아닌 풍경과 길에서 맞이하는 두근거림을 전한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는 초점이 흐릿하고, 구도가 엉망이며, 적절한 빛도 없어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순간 포착한 바로 그 지점에서 잠깐 멈춰 서서, 그 순간에 누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를 떠올려보는 것은 복잡한 삶에서 주어지는 작은 여유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올 초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섹션에 초청받아 상영되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과 세계를 탐구하는 이 섹션에서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8), 윤가은 감독의 단편 <콩나물>,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2013), 문창용‧전진 감독의 <다시 태어나도 우리>(2016)이 수상했다. 비가 온 뒤 깨끗하고 새파래진 한 장 나뭇잎을 만나듯이 깨끗하고 신선하며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_정민아(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