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아침, 우연히 잘못 도착한 항공 편지를 들고 이영희와 최연희는 선배의 결혼식으로

출발한다. 말이 필요 없는 말 많은 관계의 위로의 답장.

‘수다스러움’의 틈새로 불현듯 솟아오르는 거짓말들.

영희와 연희는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선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골목길을 걷기로 한다. 그렇게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거짓말 같은 풍경에 사진을 찍는다. 예식장을 다녀오는 하루 여정 동안 그들은 화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조용히 걷기도 한다. 과거에 들었던 거짓말이 기억나고, 지금은 괜찮다고 거짓말을 한다. 가끔은 거짓말 같은 우연이 우리의 일상을 기쁘게 하고, 거짓과 왜곡이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희비의 순간,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필름은 묵혔다가 뽑는 게 제맛이라는 영희의 말처럼 오늘 찍은 사진은 시간이 꽤 흐른 뒤 그녀들의 손에 놓이리라. 오늘의 우연과 쌓인 필름만큼 그들의 우정도 쌓여가리라. _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