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단칸방에 엄마와 둘이 사는 아들 정호는, 엄마가 자신 몰래 새로 만든 신용카드의 존재를 알게 돼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한다.


연출의도

끈질기게 회피하던 우리 가족의 책임 대부분을 엄마 혼자 짊어지고 있었다. 아직은 '내가 다 해결하겠다!'라며 속 편하게 장담은 못 해도, '나도 함께하겠다!' 정도는 분명히 얘기해야겠다 생각했다.


BHIFF NOTE

정호에게 신용카드는 가족을 고시원에서 살게 만든 원흉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 그는 엄마가 새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잘라버려야 한다. 한편 엄마는 아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신용카드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영화는 자르고 붙이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무엇이 단절되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경제적 파산, 가난과 빚의 굴레에서 진정 잘리는 것은 가족의 관계다. 마음껏 움직이거나 대화할 수 없는 좁은 고시원은 오늘날 경제적 약자로 내몰린 모든 사람의 심리를 대변하는 공간이 된다. 좁은 방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시퀀스의 몰입감 있는 연출과 온갖 감정이 뒤섞여 과호흡하는 정호의 얼굴을 연기한 황재필 배우의 호연도 눈여겨보시길. _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