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될 것을 공표한다. 심판의 날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직계가족의 죽음을 직접 목도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주변 이들을 위해 스스로의 수명을 나누어주어야 한다.


연출의도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순간들을 귀중한 시간으로 바꿔준다. 본 영화 속 주인공 충헌이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코앞에 닥친 죽음에 대한 인지를 통하여, 극 중 충헌이 찾게 되는 ‘살아 있음’과, ‘사랑하고 있음’의 진실한 모습을 담고자 했다.


BHIFF NOTE

SF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뛰어넘어 뚜렷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이 작품은 삶의 단면을 묵직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심판의 날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보는 것도, 가족이라는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하고 세밀한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목도한 경험이 있는 자만이 자신의 수명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극 중 인물들은 다양한 감정에 휩싸이고, 그 감정의 다양한 굴곡에 빨려 들어가는 관객은 어느새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 감정들은 마치 인간의 생로병사와 흡사하다. 인간의 존엄성은 분명 태어남과 동시에 부여된 인간의 본질이지만, 과연 미래에도 인간의 존엄성은 유효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머리 속에서 계속 떠나지 않는 영화다. _이형석